2024.05.20 (월)
(알리보TV⸱경제新聞) 신근식 기자 = "이번 달에 보름밖에 일 못 했어요. 한파에 불경기까지 덮쳐 빈손으로 집에 가는 날이 많습니다."
아직 동이 트지 않은 30일 오전 5시 대구 동구의 한 인력사무소.
이른 시간임에도 일용직 근로자들은 깜깜한 거리를 비추는 인력사무소로 향했다.
인력사무소에는 이미 20여명의 일용직 근로자들이 일찌감치 나와 있었다.
석유난로에 몸을 녹이는 이들은 굳은 표정으로 인력사무소 소장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기만을 기다렸다.
소장이 이름을 부르면 그 사람은 일감을 배정받았다는 뜻이다.
최근 건설 경기가 좋지 않아 일감이 줄어든 바람에 이곳을 찾은 일용직 근로자들이 허탕 치는 날이 잦아졌다.
이들은 일감이 줄어든 게 체감이 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20년 경력의 A씨는 "과장을 보태자면 작년 겨울에는 일주일에 한두 번 허탕 쳤다면 올겨울에는 일주일에 한두 번 일하는 것 같다"며 "이번 달에는 보름만 일했는데 빈손으로 집에 가는 날은 참 착잡하다"고 털어놨다.
이곳에 8년째 나온다는 김모(49)씨는 "인력사무소에 나와봤자 일이 없으니 지난 한주는 그냥 집에서 쉬었다"며 "우리 같은 일용직 근로자들은 하루라도 일을 하지 못하면 생계에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오늘 겨우 일감을 받은 이들도 당장 내일을 걱정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경력이 1년 된 B씨는 "오늘은 다행히 어제 일한 건설 현장에서 또 오라고 불러줬다"며 "내일 되면 일을 못 구할 것 같은데 이젠 그냥 마음을 비웠다"고 했다.
오전 6시가 넘자 집에 가는 이들이 한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이 시간까지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면 오늘 일감을 받지 못한 것이다.
이날 인력사무소를 방문한 60여명 중 일감을 받은 이들은 13명에 불과했다.
차홍섭(67) 소장은 "이번 주 일감 받아 간 사람이 하루 평균 10명이 채 안 된다"며 "최근에 일감이 너무 없어 우리도 적자를 보고 있고 주변에 폐업한 인력사무소도 여러 곳 있다"고 말했다.
동북지방통계청에 따르면 대구의 11월 건설수주액은 2천874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69.2% 감소했다. 일용직 근로자들이 체감하는 일자리 부족 현상을 건설 경기 관련 지표에서도 읽을 수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