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1 (화)
[알리보TV.경제新聞] 하경준 기자 = "이게 해저 케이블이라고요?", "어느 부분이죠?"
지난 20일 오전 경북 울릉 사동의 해안가 인근.
도로 옆에 무성하게 난 수풀을 헤치고 경사면을 오르자 표석 하나가 나타났다. 근처에 안내판도 없이 덩그러니 있는 돌 표면에는 '울릉도 해저 케이블 육양 지점'이라고 쓰여 있었다.
과거 일본이 우리나라에 부설한 해저 케이블(전선)의 흔적이었다.
일본은 1904년 울진 죽변과 울릉도를 잇는 해저 케이블을 부설한 데 이어, 1905년에는 울릉도와 독도, 일본 마쓰에(松江) 간 케이블을 설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건 동북아역사재단 한일역사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표석 앞에 있는 케이블을 가리키며 "1904년 만들어졌다고 쓰여 있지만, 실제로는 1905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조 연구위원은 "우리 영토를 침탈하려 한 일제의 만행을 상징하는 흔적"이라며 "(울릉도에 남은 러일전쟁 시기) 망루와 함께 더 많은 사람이 봤으면 한다"고 바랐다.
독도와 가장 가까운 섬, 울릉도에는 이처럼 역사적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여러 장소가 있다.
일본의 침탈로부터 독도를 수호하고자 뭉친 33명을 기리는 독도의용수비대기념관, 조선 후기 울릉도와 독도가 우리 영토임을 알렸던 안용복을 기념하는 시설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울릉도에 남아있는 역사적 흔적을 지키고 더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울릉 문화유산지킴이 회장을 맡고 있는 문화관광해설사 이경애 씨는 "일부 시설은 접근하기 쉽지 않고 거의 방치돼 있다"며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표시라도 해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태하 마을 해안가 바다에 새겨진 각석문(刻石文)은 울릉 지역의 수토(守土·국토를 지킨다는 뜻) 역사를 보여주는 역사적 사료지만, '거의 방치 수준'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기념관이나 박물관 역시 방문객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아직 길이 멀다.
2017년 10월 개관한 독도의용수비대기념관의 경우, 지난해 울릉도 관광객이 늘면서 관람객이 2만4천856명을 기록했으나 누적 관람객(2022년 기준)이 7만965명에 그친다.
조석종 독도의용수비대기념관장은 "최근 추세를 본다면 올해 관람객은 2만명 정도 될 것 같다"며 기념관 운영의 어려운 점으로 "국민들께 많이 알려지지 않은 점"을 꼽았다.
조 관장은 "수비대는 오늘날 우리가 독도를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도록 한 선구자들"이라며 "어린 학생들이 이런 내용을 잘 알 수 있도록 교육 관련 행사를 꾸준히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인근에 있는 안용복기념관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20일 오전 찾은 기념관에는 관람객이 5명도 채 되지 않았다.
경기 여주에서 여행 왔다는 최재숙 씨는 "우리 영토를 지키려 한 숨은 영웅을 주목한 공간인데 홍보가 덜 된 것 같다"며 "울릉 지역 곳곳에 안내가 더 많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울릉도에 남아있는 역사적 흔적을 찾고 기억하려는 노력이 왜 중요할까.
국제법 전공자인 홍성근 동북아역사재단 교육홍보실장은 "독도 연구는 울릉도 연구에서 시작해 울릉도 연구에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국제 판례에서 오랜 기간 무인도였던 섬은 이웃하는 큰 섬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본다고 짚었다.
울릉도와 독도의 경우 1454년 완성한 '세종실록' 지리지, 1808년 펴낸 행정서 '만기요람'(萬機要覽) 등 다양한 문헌에 두 섬의 관계가 기록돼 있다.
홍 실장은 독도 문제에서는 "독도가 역사, 지리, 국제법적으로 울릉도와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음을 증명하는 게 중요하다. 울릉도 내 유적을 제대로 보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실장은 울릉도와 독도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학술 조사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영토 문제와 관련해 내각 관방 아래 '영토주권대책기획조정실'을 둔 점을 언급하며 "인문 사회, 자연과학 등 다양한 범주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학술 조사를 정기적으로 꾸준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