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0 (월)
[알리보TV.경제新聞] 이용삼 기자 = A사는 일 8시간 근무하는 통상근로자에겐 매달 20만원의 중식비를 제공하지만, 7.5시간 일하는 단시간 근로자에겐 지급하지 않고 있다.
B사는 정규직 근로자에겐 경조사비로 30만원을, 기간제 근로자에겐 20만원을 지급한다.
이처럼 기업에서 고용형태를 이유로 근로자를 임금·복지 등에서 차별하는 일이 없도록 고용노동부가 8일 '기간제·단시간·파견 근로자 차별 예방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은 사용자가 차별 문제를 스스로 점검하고 자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기본적으로 준수하거나 노력해야 할 사항을 안내하고 있다.
차별 예방을 위한 기본원칙, 구체적인 사례를 통한 권고 사항과 사업장 자율점검표 등이 포함됐다.
가이드라인은 특히 "근로의 내용과 관계없는 복리후생적 처우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동종·유사업무 수행 여부와 관계없이 차별하지 않을 것"을 적극적으로 권고했다.
현행 기간제법이나 파견법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비교 대상자)에 비해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가이드라인은 대법원 판례 등을 반영해 비교 대상자가 없는 경우에도 차별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한 것이다.
상여금이나 성과금 등에서 고용 형태만을 이유로 차별해서 안 되는 것은 물론 식대·교통비, 경조사비·경조휴가, 출산·보육·가족수당, 건강진단 비용 등에서도 차별적 처우를 하지 않게 노력하도록 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시장 내 약자 보호'는 현 정부 노동정책의 핵심 철학이자 노동개혁의 궁극적 목표"라며 "가이드라인을 통해 많은 사업장에서 차별 문제를 스스로 점검하고 자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예방하고 개선하려는 정부 취지에 일부 공감한다면서도 '금지'가 아니라 '노력'이나 '개선'을 권고하는 수준이어서 오히려 "차별안내서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차별'은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할 행위이지 권고하고 개선해야 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가이드라인이 오히려 현장에서 사업주의 차별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사용자의 선의에 기댄 가이드라인은 정부의 책임 회피 및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다"며 "차별 해소 의지가 있다면 차별 비교 대상 확대, 노조의 시정청구권 보장, 시정 신청 기간 확대 등 본질적인 법·제도 개선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노동부는 노사발전재단과 함께 '차별없는 일터 조성 우수사업장'에 대한 시상식도 열었다.
차별이 없도록 시간제 근로자 임금체계를 개편한 고려대학교의료원, 기간제 근로자에게 가족수당, 명절 상여금 등을 동일하게 지급하도록 개선한 파르나스호텔 등 총 24개 사업장이 수상했다.